김화현 이민하展 리뷰
2011.11.18~2012.1.13 샘표 스페이스
보기만 해도 죄가 되는 일이 있다. 본다는 것은 때론 그것을 소유하는 것이며, 관음증은 인류가 앓고 있는 흔한 병이다. 보고자 하는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미소년을 그려온 김화현과 영원을 향한 인간의 의지를 종이와 가죽에 기도문으로 새겨 온 이민하는 2008년 일본의 작은 술집 나나에서 ‘성(聖)과 속(俗)’이라는 주제로 만났다. 일본 주택가라면 하나쯤 있기 마련이지만, 여성 종업원이 접대하는 스낵바는 정숙한 숙녀, 신사라면 기웃거리는 것조차 꺼려졌을 지도 모를 낮은 곳. 이 공간 속으로 초대하기 위해 두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성과 속의 혼재였다. 우선 술집 입구에 달린 작은 세면대에 꽃을 담고 성스러운 의식을 제공한다. 손을 씻고 거울을 보라는 문구를 벽에 써 두었지만, 실제로 손을 씻을 물도, 거울도 없다. 세속의 언어가 통용되지 않는 순간 두 작가의 주술이 힘을 발휘하면서 관객들은 입구에서 열린 다른 통로를 향해 발을 들여 놓는다.
1층 바, 여성 종업원은 간데 없고 미소년 넷이 액자 속에서 손님을 기다린다. 김화현이 이제껏 그려온 대담한 노출과는 달리 상반신만 드러낸 소년들은 얌전하다. 황금빛 광배와 매란국죽의 지물로 성스러움까지 더했음에도 여전히 잘 다듬어진 근육과 촉촉하게 부푼 입술은 여성 관객의 관음증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소년은 성스러움으로 치장하여 자신 뿐만 아니라 술집 내부에 대한 호기심과 관음증이라는 세속의 욕망을 긍정하도록 도우며, 그 죄책감을 사해준다.
김화현이 속의 공간을 성으로 중화시켰다면, 이민하는 여성 종업원이 쉬던 2층 방을 성으로 정화하기 시작한다. 가장 사적인 그 방은 어느 곳보다 관객의 관음증을 유발하지만, 층계를 올라 만나는 건 검고 거대한 기둥. 작은 방 곳곳에 솟아난 기둥은 하늘과 땅을 연결하며 세속적인 공간을 영원을 향한 숭고한 공간으로 바꾼다. 그 위에 100개가 넘은 언어로 쓴 깨알 같은 기도문은 하늘을 향한 공덕이 되어 구제를 암시한다.
2011년 샘표공장으로 자리를 옮긴 나나에서 두 작가는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한다. 술집의 2층만을 조립한 방을 세우고 속의 공간을 재현했지만, 성스러움을 입힌 남성들은 이제 술집 밖으로 나와 있다. 김화현은 속된 공간을 성화(聖化)시키고자 기둥이 있던 자리에 구멍 난 그물을 걸고, 이민하는 술집 밖에 기둥을 세웠다.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 나선의 기도문은 여전히 구제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술집을 바라본다. 2008년 성과 속의 혼재를 보여 주던 작가들은 검은 기둥과 술집, 성과 속을 마주보게 함으로써 그 사이에 존재해 온 무수하고 애매한 경계에 대해 새롭게 질문을 던진다.
글 : 박현정 미술사
월간 아트 인 컬쳐, 2012년 2월호 p.173